정치와 군사의 관계, 한미연합연습

in hive-143575 •  2 months ago 

정치는 군사를 지도한다. 군사가 정치보다 앞서면 불행한 일이 생긴다. 군사가 정치의 수단이라는 위치에서 이탈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전쟁이 발생하고 그 전쟁은 이기기 어렵다.

정치와 군사의 관계를 가장 분명하게 규정한 사람이 클라우제비츠다. 한미연합연습이 올해에도 시작될 모양이다. 미국은 한미가 같이 결정할 것이라고 했지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에 따르면 순수평화유지훈련이자 전작권 전환을 위한 최종평가를 위해 이번 한미연합연습은 불가피하다고 한다.

모든 전쟁연습은 순수평화유지훈련이 아니다. 효율적으로 군대를 움직이고 적에게 이기기 위한 연습이다. 이미 전작권 전환은 포기한 상태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FOC라는 말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 만일 이번 연습이 FOC라고 한다면 내년부터는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미 미국은 전작권전환이 불가하다고 밝혔고 한국 정부는 그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같은 강대국과 약소국의 관계에서 약소국의 침묵은 동의와 수용을 의미한다.

문재인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연합연습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은 중국에도 사드배치이후 3불정책을 약속했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을 것이며, 사드를 추가배치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의 MD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지키지 못할 것을 알고도 약속을 하는 것은 사기다. 개인과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국제정치에서도 신뢰는 중요하다. 전 정권에서 약속한 것을 이후 정권에서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신뢰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약속을 지키기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미중패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북한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에게 한미연합연습을 중지하겠다고 하는 약속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미국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면서 미국의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을 사전협의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기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과 사전협의를 하지 않고 북한에게 약속을 할 정도였다면 적어도 문재인 정권내에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할 것이다.

앞으로 북한은 남한이 어떠한 약속을 하더라도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국가의 크기가 다르다. 그 국가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은 이해관계의 영역도 다르다는 말이다. 미국에서는 군사가 정치를 앞서지 못한다. 그러나 미국이 생각하는 군사의 영역이라는 것이 한국에는 최고 수준의 정치영역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과 미국이 아무리 빈틈없는 동맹이라고 떠들어도 내부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할 필요가 많은 이유다.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가면 한국의 정치는 군사가 압도해 버린다. 한국은 자칫 군사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에게는 군사적으로 지엽적일지 모르나 한국에게는 치명적인 정치적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미국에게 한미연합연습은 군사적인 성격이 짙다. 물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압박이라고 하지만 그 자체가 군사적인 옵션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국에게 한미연합연습은 군사적인 성격을 넘어 남북간 평화문제에 직결되는 최고 수준의 정치적 문제다.

한미연합연습으로 북한의 남침을 막아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제는 참이 아닌 거짓이다. 북한은 6.25와 같은 전면 남침을 감행할 재래식 군대의 능력이 없다. 북한이 한국전쟁과 같은 전면 남침을 하려면 내부적인 전쟁준비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전쟁은 냉전당시의 특수한 상황의 산물이다.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전쟁과는 차원이 다르다.

앞으로 한반도에서 발생가능한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란 아주 지엽적인 수준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수단과 방법적인 측면에서 제한적인 군사적 충돌을 넘어서면 남북상호간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로 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그동안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국지적 도발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오히려 전략적인 수준에서 보면 북한은 실패를 연속했다. NLL과 휴전선에서의 도발은 남한의 인민대중들에게 북한을 예측불가능하며 신뢰할 수 없는 상대라는 인식을 초래했다. 북한의 도발은 결국 북한에게 불리한 작용만 했을 뿐이다. 어떤 사회건 강경파가 득세하면 국가가 위험에 빠진다.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마어마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누구도 북한에게 전쟁을 걸 수 없다는 말이다. 트럼프가 국방장관 매티스에게 북한을 침공하여 전쟁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하니 매티스가 곧장 성당으로 달려가 기도를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미연합연습은 미 육군에게 매우 중요하다. 미 육군이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는 전투사령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육군의 입장과 미국 군부의 입장 때문에 한반도 평화문제가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된다.

원래 이보전진을 위한 후퇴를 하는 법이다. 문재인 정권은 이보후퇴를 위한 일보전진을 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면 하지를 말아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비겁하게 직접 한미연합연습을 재개한다는 선언도 못하고 겨우 여당대표의 입을 빌어 기정사실화시켰다. 북한은 김여정의 입으로 분명하게 경고를 했다.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할 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남북관계는 매우 불편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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